수면과 생활 리듬

오래 살려면 일찍 자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피곤하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기상 시간이 정해진 사람에게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일찍 자는 것이다.

거북왕
TED 무대에서 현대인의 극심한 수면 부족을 설명하는 러셀 포스터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피곤하다. 충분히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1.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피곤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우리는 이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살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고, 요즘에는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세상이 너무 오래 일찍 일어나라고 강요해서일까. 이제는 그 말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에 맞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잡아먹힌다’ 같은 말도 돌아다닌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는 문구가 적힌 짤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피곤한 것이 맞다.

대표적인 짤이 하나 더 있다.

아침형 인간은 지나치게 우쭐댈 뿐이라고 말하는 러셀 포스터 TED 장면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입니다.”

웃기다. 나도 웃었다.

그런데 이 장면만 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결론 내리면 영상의 본뜻과 멀어진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일찍 자야 하는 것, 맞다.

2. 그 짤에서 잘린 이야기

이 장면은 생체시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러셀 포스터의 TED 강연 《Why do we sleep?》에서 나왔다.

영상 대부분에서 포스터 박사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은 잠이 부족하며, 잠을 줄인 대가는 깨어 있는 시간의 판단력과 몸의 건강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잠들지 않으면 이룰 수도 없다고 설명하는 러셀 포스터 TED 장면
강연의 중심은 아침형 인간 자랑이 아니라 수면의 필요성이다.

강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 잠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생명 활동에 필요한 과정이다.
  • 잠을 자는 동안 몸과 뇌는 회복하고, 기억과 정보를 정리한다.
  • 필요한 수면시간은 나이와 사람에 따라 다르다.
  • 특히 청소년은 생체시계가 뒤로 밀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 수면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기분도 쉽게 흔들린다.
  •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체중, 혈압, 혈당, 면역과 심혈관 건강에도 부담이 쌓인다.
  • 잠들기 전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늦은 시간의 카페인을 피한다.
  • 아침에는 빛을 받아 생체시계를 밤낮 주기에 맞춘다.
청소년의 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약 9시간 수면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러셀 포스터 TED 장면
포스터 박사는 청소년의 늦잠을 게으름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포스터 박사가 비판한 것은 아침형 인간의 우월감이지, 충분한 수면이나 아침 햇빛이 아니다.

청소년은 원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수면이 부족해 주말에 늦잠을 자는 아이를 무조건 게으르다고 혼내지 말자는 뜻에 가깝다.

짤만 보았을 때와 느낌이 꽤 다르다.

3. 사실은 이렇다

우리는 대부분 일어날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학생은 등교시간에 맞춰야 하고, 직장인은 출근시간에 맞춰야 한다.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열어야 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아이가 일어나는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기상 시간을 마음대로 미룰 수 없다면 충분히 자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일찍 자야 한다.

일찍 일어나면서 잠까지 적게 자라는 말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 잔 뒤에 일어나려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수면의학회와 수면연구학회는 18~60세 성인에게 매일 규칙적으로 7시간 이상 자도록 권고한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자정이 넘어 잠들면,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부터 7시간을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한다.

갑자기 너무 멀리 갔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수면시간과 건강, 사망 위험을 함께 살펴본 연구는 충분히 잠을 자는 일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4. 수면 부족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수면이 부족한 다음 날을 떠올려보자. 평소보다 더 배고프고 달거나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날이 있다.

수면을 제한한 작은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식욕을 높이는 그렐린이 증가하고 포만감과 관련된 렙틴이 감소했다. 참가자들이 느끼는 배고픔과 고열량 음식에 대한 식욕도 함께 커졌다.

반대로 평소 6시간 30분 미만으로 자던 과체중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수면을 늘리게 한 무작위시험에서는, 수면 연장 집단의 하루 섭취 열량이 대조군보다 평균 약 270kcal 줄었다.

잠을 충분히 잔다고 저절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조절하고 계획한 식사를 지키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나도 20kg 가까이 체중을 줄이던 과정에서 거의 매일 8시간씩 잤다. 충분히 자지 못한 날에는 식욕을 참기도, 운동과 식사 루틴을 지키기도 훨씬 어려웠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영양제, 한약, 효소처럼 과장광고가 붙은 제품부터 살 필요는 없다. 내가 충분히 자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자.

5. 수면 부족은 몸의 회복 시간을 빼앗는다

수면 부족을 ‘가속노화’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과정에도 부담이 생긴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위험을 높이는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전향적 코호트 연구들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7시간 미만 구간에서 수면시간이 1시간 줄어들 때마다 전체 사망 위험이 약 6%씩 높아졌다.

시간만큼 규칙성도 중요했다. 6만 명이 넘는 사람의 손목 측정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수면 규칙성이 수면시간보다 사망 위험을 더 강하게 예측했다.

관찰연구만으로 “오늘 한 시간 덜 자면 수명이 정확히 6% 줄어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짧고 불규칙한 수면을 오래 반복하는 일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6. 일찍 일어나 아침 빛을 받자

일찍 자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잔 뒤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서다.

여기서 ‘일찍’은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라는 뜻이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채우고, 일어난 뒤 아침의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빛은 생체시계를 맞추는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아침에 밝은 빛을 받으면 뇌는 낮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대로 밤늦게까지 밝은 화면과 조명에 노출되면 잠드는 시간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일찍 자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한다.

오후 2시에 일어나 그날 밤 11시에 바로 잠들기는 어렵다. 기상 시간이 늦어지면 잠드는 시간도 함께 밀린다. 반대로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아침 빛을 받으면 밤에 졸리는 리듬을 만들기 쉬워진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수면에서는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서로를 만든다.

7. 나는 밤 11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시간은 다르다. 성인은 규칙적으로 최소 7시간 이상 자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이고, 나는 8시간을 잤을 때 몸 상태가 가장 좋다.

일부 관찰연구에서는 9시간 이상의 긴 수면과 치매나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도 보고됐다. 그러나 이것이 오래 자는 행동 자체가 치매를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건강이 좋지 않아 수면시간이 길어진 영향도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숫자 하나보다 직접 느낀 회복 상태를 기준으로 8시간을 정했다.

그래서 만든 루틴은 단순하다.

밤 11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난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날도 많다. 돌아보면 대부분 전날 늦게 잔 날이다.

이 루틴을 지키기 위해 잠들기 전 화면을 끄는 시간, 카페인을 마시지 않는 시간, 아침에 빛을 보는 방법도 하나씩 실험하고 있다.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는 법과 일찍 잠드는 법은 다른 글에서 하나씩 공유해보려고 한다.

일찍 일어났다는 이유로 우쭐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이 잠을 충분히 자려면 일찍 자야 한다.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근거와 참고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수면 건강 정보를 제공하며 불면증이나 수면장애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도 잠들기 어렵거나 코골이와 무호흡, 심한 주간 졸림이 계속된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오늘은 잘 시간을 먼저 정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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